파라과이 선교서신 제3신

2015년의 52주 마지막 주일에 땅끝인 파라과이에서 인사드립니다.

선교서신파라과이

12/27/20151 min read

“Feliz Navidad y Año Nuevo!” (성탄절과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 전혀 색다른 성탄절 경험

이곳 파라과이의 성탄절의 모습은 한국교회와 많이도 다름을 계속 경험하고 있습니다. 파라과이의 성탄절은 12월 8일 ‘까아꾸빼의 날(Dia Caacupe)’부터 시작해서 새해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Dia de los Reyes Magos)’이 돼서야 끝납니다. 이번 선교서신(제3신)은 파라과이와 남미의 성탄절 문화를 스케치하고자 합니다.

문화 충격: 온 대륙을 뒤엎고 있는 마리아 성모숭배의 슬픈 현실

선교지 생활 6개월 째 된 지금, 저희가 매일 온몸으로 느끼는 사실은: 이 땅의 문화의 중핵(中核)에는 언제나 마리아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남미 전체는 ‘카톨릭 대륙’이라는 것을 들어서 알았지만, 이토록 성모숭배가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은 직접 와서야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선, 세계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는 마리아와 관련된 공식적인 기념일만 10번이 있으며, 매주 토요일은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날입니다. 또한, 이 나라 수도인 이곳 ‘아순시온(Asuncion)’ 이름도, “성모 마리아의 육체와 영혼이 함께 천국에 올라갔다”라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까아꾸빼의 날(Dia Caacupe)’: 12.8일은 파라과이 최대의 국경일!

12월 8일은 가톨릭교회가 전통적으로 ‘Immaculata' 대축일로 이날을 ‘원죄 없는 성모 마리아의 수태일’로 지키는데, 특히 이날을 파라가죠들만이 지키는 ‘Caacupe의 날’과 겹쳐져서 정부가 공휴일로 선포한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수도 아순시온에서 54km 떨어진 작은 도시, Caacupe를 향하여 수많은 젊은이와 남녀노소가 기적의 성모라는 ‘까아꾸빼 성모상’이 안치된 큰 성당으로 매년 전 국민의 7분의 1이나 되는 100만 명이—대통령과 장관들도 반드시 미사에 참석합니다—대부분 전국에서 걸어서 운집하는 날입니다. 파라과이의 여름 무더위 속의 고난 행군을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은 전 세계의 이슬람교도가 ‘성지 메카’에 모이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대부분 배낭을 걸쳐 메고 혹자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맨발로, 마리아상을 메고 ‘순례자의 행진’을 함으로서 마리아를 통해서 선행공적을 적선하는 날! 오호통재라!

더욱더 슬픈 사실은 이날을 위해서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서로 노숙, 혼숙하면서 무더위 중에 행진하기에 성적으로 매우 문란하여 ‘까아꾸뻬 베이비’란 말이 있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매년 이 행진을 하면서 영웅담을 즐기는 문화!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는 Berlitz 어학원의 선생님도 자신도 몇 년전에 그 행진을 했는데 너무나 즐거웠다고 저에게 자랑할 정도였습니다. 이것이 이 나라의 젊은이 성탄 문화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주여! 저들의 저 어리석음과 무지를 어떻게 깨우치리까? 저들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저들을 바르게 인도할 지혜와 통찰력을 주시옵소서! 저들 영혼이 너무 불쌍합니다.”

유명 영화, ‘더 미션’의 배경인 예수회(Jesuita)유적지, Encarnacion 여행(12.8-9)

12월 8일 ‘Caacupe’ 공휴일을 맞아서 식민지시대의 가톨릭 예수회의 선교 유적지가 있는 ‘엔카나시온(Encarnacion)’을 몇몇 다른 선교사님들과 함께 이층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 최강국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남미 식민지를 땅따먹기하던 때, 예수회는 ‘엔코미엔다(encomienda)’라는 제도를 통해서 식민지의 조공이나 노동력착취에서 원주민을 보호하며 생활개선과 교육을 통한 공동체 생활로 선교의 기반을 다졌다고 합니다. 당시 국제정치적인 역학관계로 결국은 카톨릭의 남미선교의 공동체 건물: 예배당, 학교, 공동체 생활공간의 대부분이 중단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만약 그 당시의 가톨릭교회의 선교가 성공적으로 펼쳐졌다면... 역사(歷史)의 가정은 불필요하지만, 역지사지로 오늘날 우리의 교회의 선교와는 스케일이 다른 그 당시의 선교 현장을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깊었습니다.

‘파라과이 장로교 신학대학’ 첫 학사 졸업식 (12.4): ‘새벽의 하나님의 폭우작전 명령’

이 척박한 남미의 심장 파라과이에 반듯한 ‘장로교 신학대학(Universidad Evangelico del Paraguay)’이 1985년에 처음 출발하여 올해로 30년의 역사를 지닌 복음주의 신학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 장로교선교사들이 일찍부터 교파·교단을 초월해 이룬 한 연합체를 통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사실입니다.

지난 2010년 10월에 파라과이 문교부로부터 정식 종합대학으로 인가받고 이번에 첫 번째로 학사를 배출하는 뜻깊은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졸업식 날(12월 4일) 당일에는 새벽 4시부터 천둥·번개와 함께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창7:11) 물 붓듯이 쏟아 부은 3시간의 폭풍우로 아순시온 시내가 삽시간에 물바다가 되고 시내의 대부분은 정전되는 천재지변이 있었습니다. 60여 제 평생에 이런 폭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졸업식은 저녁 6:30부터 수많은 촛불을 밝히면서 거행된 14명의 졸업생에게 하나님께서 직접 주시는 강력한 메시지로 들려졌습니다. ‘이 캄캄한 영적인 암흑에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영광 광채를 맘껏 일어나 비추어라!’ 그래서 이 땅에 위로부터 주님이 예비하신 축복의 소나기를 이렇게 많이 쏟아부어 주시겠다는 천둥·번개와 더불어 하나님의 음성과 번개 같은 지엄한 말씀으로 말씀하는 것을 그 촛불 졸업식 현장에서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저희 내외는 이제 2년 안에 언어공부가 끝나면 이곳 신학교에서 스페인어로 강의하게 될 것을 미리 내다보면서 그러면 나는 어떠한 제자들을 길러 내야 할지를 미리 경험하고 확인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새벽의 폭우작전’같이 보였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선교는 기도! 기도는 선교임을 다시 확인하며...

1년 중에 성탄절과 연말연시에는 저마다 안 바쁜 사람이 없이 마음과 몸이 분주한 때입니다. 특히 제 나이 정도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피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모임들과 경·조사의 초청행진이 줄을 잇는 때이기도 합니다. 선교현장에서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면제되는 특권이 아주 좋습니다. 가장 생산적인 선교, 가장 강력한 선교는 기도로 하는 선교요, 무릎으로 하는 선교임을 수많은 선교역사로부터 교훈을 받으며, 무엇보다도 성경의 선교의 역사(사도행전)를 통해서 확인하는 이즘입니다. 새해, 2016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샬롬!

남미의 심장,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배안호, 박옥산 선교사 드림.